표준화를 위한 시도 측정기

음식의 맛을 재는 일이 가능할까. 성공적인 다점포 전략을 실현하고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한식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맛의 표준화는 선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음식의 간은 물론 농도, 소스의 당도를 잴 수 있는 측정기에 대해 알아봤다.

한식만큼 이나 손맛이 강조되는 음식도 없다. 감칠맛은 정성이 가득 담긴 손끝에서 나오지만 한식의 표준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도 바로 손맛임을 부정할 수 없다. 자주 가는 음식점의 김치찌개 맛이 어쩌다가 짜거나 싱거울 때 ‘어제 주방장 과음했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번거롭다고, 믿을 수 없다고 기피해 온 측정기가 대형업소와 다점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활용 범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어렵다는(?) 맛의 표준화를 한발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맛 표준화를 위한 첫걸음
곱돌, 방자, 뚝배기…. 이들의 공통점은 음식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질 좋은 곱돌, 방자, 뚝배기라도 음식 자체의 맛이 좋지 않으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비주얼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사람의 미각은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신선한 식재료와 함께 적절한 간이 맞아야 한다. 짠맛이 적당히 맞아야 간이 적당하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간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고혈압, 위암 등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염도의 기준이 엄격해 지고 있다. 이에 표준규격(한국전통식품표준규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규격)에서 제시하고 있는 염도와 산도, 당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의 간과 농도를 재는 측정기는 외식업에서보다 식품산업이나 농산물을 생산, 유통하는 곳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또 사용하는 사람, 측정 장소에 따라 상이한 결과치로 실제 효용가치에 의구심이 높았다. 더욱이 외식업소에서는 ‘눈대중’이 곧 노하우로 통할 정도라 티스푼이나 주방용 저울 등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오차 범위가 크게 줄었으며 측정 장소의 온도, 습도 등을 교정하는 자동교정기능이 내장된 제품도 출시돼 보다 정교한 측정이 가능해 지고 있다. 수입제품 못지않은 성능과 A/S 등이 유리한 국산 제품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외식업소에서는 쌀, 고춧가루의 수분함량, 김치의 염도와 산도, 국과 찌개, 탕의 염도와 농도, 소스의 농도 등 굵직한 메뉴들을 측정기를 통해 표준화 한다면 일관된 맛 유지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측정기를 활용한 R&D 전략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R&D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측정기다. 또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수퍼바이저를 중심으로 가맹점 맛의 체크 및 식자재 관리 조리교육 등 밀착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염도계와 당도계를 사용, 모든 양념을 분류, 분량을 다르게 배합한 후 일일이 도표로 수치를 매겨 최상의 양념갈비 맛을 찾아낸 홍능갈비의 고자홍 사장은 “일정치 못한 갈비양념 맛을 염도계와 당도계 사용으로 표준화할 수 있었다”며 “주방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식업계 현실에서 측정기 사용 확산으로 규격화는 물론 한식의 세계화에도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 프랜차이즈 R&D 담당자는 “계량기와 측정기를 동시에 사용해 메뉴 각각에 대한 매뉴얼화 작업을 실시하면 표준화 작업에 용이하다”고 전했다.
외식업소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측정기는 염도기, 농도기, 수분측정기, 김치류 산도측정기 등이다. 측정기의 가격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에 따라 다르고 외장형, 내장형 모델에 따라 다르다. 또 측정범위가 커질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염도측정기：소금 양을 측정하는 기구로 고객이 짜게, 또는 싱겁게 해달라고 주문할 때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염도는 펄펄 끓을 때나 차갑게 식은 상태나 동일해야 한다.
농도기：설렁탕, 곰탕 등의 진한 맛을 잴 때 사용한다. 이는 원가절감으로 까지 연결될 수 있다.
수분측정기：쌀이나 고춧가루에 함유된 수분의 함량을 측정하는 기구다. 쌀의 경우 16%의 수분을 함량할 때 가장 밥맛이 좋으며 일반적으로 18~25%의 수분을 함량하고 있을 때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벼뿐만 아니라 현미, 겉보리, 밀, 콩, 참깨 등의 수분도 측정할 수 있다. 고춧가루 수분측정기는 고춧가루에 함유돼 있는 수분을 측정하는 기구로 톱밥이나 녹가루가 들어가 있을 경우에는 기구가 작동하지 않는다.
김치 산도 측정기：김치의 산도(젖산%)를 측정하는 것으로 일반 배추김치는 1.0% 이하, 백김치류는 0.8% 이하, 갓김치류는 1.2% 이하일 때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