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2004년 8월30일-
과일 당도를 높이자   2. 배

                   수확전 20일 물·비료 공급중단

배의 품질은 당도와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 수분 함량, 크기와 겉모습이 어우러져 결정된다. ‘맛있다’는 말을 들으려면 11도는 넘어야 한다. 나무 자람새에 맞게 열매를 달고 질소비료를 줄이면서 물 빠짐이 좋도록 하는 것이 당도 높은 배 수확의 기본이자 왕도이다.

◆비료·물 관리-토양에 수분이 많으면, 질소분이 많이 흡수돼 과실은 커지지만 당도가 떨어진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기 때문에 고온건조해진 봉지 안의 배는 크기가 다소 작고 단단하며 과즙이 적은 반면 당도는 높은 상태다. 껍질도 두껍고 단단하며 광택이 적은 편이다.

앞으로 태풍 등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올 경우 갑자기 수분과 질소 흡수가 늘어나면 배가 ‘뻥튀기’가 되고 당도가 많이 떨어지므로 배수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수확하기 20일 전부터는 비료와 물을 끊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자람새가 안좋거나 잎 분석 결과 질소 성분이 부족하면 흙에 주지 말고 0.5% 요소액을 잎에 주는 것이 좋다.

◆햇빛 잘 받게 하려면-봉지를 씌웠더라도 30~50% 빛이 투과되므로 열매를 가리는 잎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열매 하나에 35개의 잎이 적당하다. 잎에 비치는 빛이 특히 중요하다.

총 잎면적의 40% 이상이 그늘지면 전체 당 종류 중에서 생육 후기에 주로 만들어지는 자당의 함량이 급격히 떨어져 당도를 측정하면 꽤 높게 나오지만 맛이 없는 배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나무 아래 심은 잡초나 호밀 등 녹비작물도 자주 베어줘야 광합성에 방해되지 않는다.

◆특수 자재 사용-당도를 높이기 위해 4종 복합비료나 미생물제제·포도당·우유·아카시아즙 등 자신만의 특수자재를 주는 경우가 많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 이해도 되지만 명확하게 검증된 시험결과는 없다. 바닷물을 주어 일시적으로 염류 농도를 높여 수분 흡수를 억제해 당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는데, 흙 속의 염류 농도를 낮게 해야 다른 비료의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권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가뭄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칼슘공급이 중요-칼슘은 세포벽의 구성물질로 품질 및 저장성과 관련이 깊다. 질소와 칼륨을 편중되게 주는 잘못된 비료주기 습관 때문에 칼슘이 결핍되는 경우가 많다. 바람들이·돌배 등이 칼슘결핍 증세이다. 특히 너무 건조하거나 과습할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 때는 응급처방으로 염화칼슘을 잎에 준다. 주의할 점은 다른 과수에 비해 배 잎은 농도장해를 입기 쉬우므로 0.3~0.4% 농도를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칼슘을 엽면시비할 때 봉지를 벗겨주면 효과가 좋아진다.

◆봉지를 벗겨야 할 경우-배는 봉지를 벗기지 않고 봉지째 수확한다. 그러나 봉지를 벗겨야 할 경우도 있다. 〈추황〉과 〈신고〉는 수확기에 껍질이 검게 변하는 증세가 문제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수확 후 5~7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예건) 뒤 출하 또는 저장한다. 그러나 올해처럼 9월 말 추석에 맞춰 내기 위해서는 나무에 달린 채 수확 일주일 전에 봉지를 벗겨 예건과 비슷한 효과를 보기도 한다.

보통 봉지를 씌우면 과즙이 많아지고 과육도 연해지지만 당도는 0.5도 정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흰색 3중 봉지는 색은 곱게 들지만 과실이 작고 당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조기출하 목적으로는 청색 파라핀을 먹인 흰색 2중 봉지가 적합하다.

◆제때 수확-제때 따내는 것만으로 당도가 1도 이상 올라간다. 한 나무라도 열매 달린 위치에 따라 익는 시기가 다르므로 다소 노력이 들더라도 2~3차례 나눠서 따내야 한다. 특히 햇빛을 잘 받는 나무 위 먼 쪽에 있는 과일일수록 당도가 높기 때문에 먼저 수확해야 한다. 수확한 다음에는 10일 동안 예냉하고 꼭지를 제거하며, 비 올 때는 다 익었더라도 수확을 늦춰야 한다. 햇빛이 부족하고 질소 흡수가 많아져 당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도움말 주신 분=최진호 원예연구소 배 시험장 재배환경연구실 연구사(☎061-330-1562), 곽노일 충남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원예연구실 배 담당(☎011-457-3403), 조현욱 경기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원예작물과 과수팀(☎031-659-4832).

                                                         〈윤덕한〉dkny@nongmin.com